Friday, April 03, 2009

[2_Apr_2009] Jenny's diary

미셀은 벌써 19개월이 되어간다. 한국나이로는 해가 바뀌어 3살이다,푸헐~, 외국나이로는 한살반이 지났다. 이제는 말도 제법 할 줄 알고 자기 주장도 꽤 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놀이를 하고자 하는 일도 제법있다. 신생아때는 건강과 안전과 모든 신체적인 것에 집중하던 시기라면 이제는 부모가 좋은 거울이 되어야 하는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벌써부터 우리가 무의식 중에 하는 말과 행동을 거의 다 따라한다. 그러다보니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나의 부담도 늘었다. 가끔 부모들이 아이성격의 단점을 얘기하는 걸 예전에는 그냥 무심코 듣고 흘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건 넘 웃긴 행동이다. 아이의 성격은 내가 보기에 완전 100% 부모의 성격의 복사본이다. 장점도 단점도 그대로 복사된다. 거기서 더 확장되거나 축소되기는 해도 결국 그 뿌리는 나의 성격이다. 결국 내 성격의 단점이 아이성격의 단점이 되는 것이고 운좋게 나의 장점이 많이 극대화 시킬 수 있다면 장점을 더 많이 이어받을 수 있는 것이고.. 이렇다보니 부담감이 크다.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사실 내가 부모가 되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워낙 주변에 무뚝뚝한데다 (많이 나아졌지만) 무심하고 무관심하고 작은 것에 신경쓰는 걸 일체 싫어했고 아이에게 아기자기하게 뭘 해줄 수 있는 그 사랑스런 관심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한마디로 한없이 무미건조한 사람이었었다. 겉모습하고는 많이 다르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난 내 둥근 얼굴을 싫어했다. 실제 성격보다 하늘과 땅차이만큼 쓸데없이 다정다감하고 심져 애교가 많아 보인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이 소리듣고 이십대 초반 어느날 대낮에 거품물고 대로변에 쓰러지는 줄 알았다. 젠장할 애교..생긴것과 다르게 애교가 없다는 소리를 그 뒤로도 여러번 들어서 울화병까지 생길뻔 했었다.(서른이 넘고나서는 엄청 기뻤다. 더이상 이소리를 안들을만큼 늙었으니까..ㅎㅎㅎㅎ진심으로 이소리를 미워했었다.내가 가진 주특기인 썰렁한 개그는 보지를 않고 정말 정나미떨어지는 애교를 오로지 얼굴이 둥글고 애처럼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무지하게 들었으니까) 암튼 전혀 성격과 다르게 보이는 둥근얼굴로 항상 실제 나와는 전혀 다른 기대치를 주변으로부터 받곤 했었다. 그런만큼 친구들에게, 사람들에게 실망도 많이 안겨주었고, 연락을 자주하지 않는다고, 혹은 봐도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다고 (난 사실 반가웠는데, 표현을 안 할 뿐이지 혹은 그게 내 표현일 뿐이지..) 이러하다 보니 부모가 특히,엄마가 되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아이에게 사랑과 행복을 한없이 베풀어야 하는데 그걸 표현하는 것이 부족하면 아이가 얼마나 실망할까 하는 뭐 그런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신랑을 만나고 사실 이 부분이 많이 고쳐지긴했다. 울 신랑은 내 성격을 (둥근 얼굴과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본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할까. 별로 나한테 뭔가 실제 나 이상의 나를 바라지를 않았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마 그래서 결혼을 결심한 것일지도.. 이사람이라면 내게 쓸데없는 기대는 하지 않겠구나. 하고.. 남들은 뭐 그게 그리 중요해 하겠지만 자기가 가지지 않은 것 혹은 가지지 못한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과 항상 함께 있어야 하는 것 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결국 그 기대는 뜬구름에 불과하고 그들은 실망하고 나는 이유없이 왠지모를 씁쓸함을 느껴야 하고.. 그래서 난 내 둥근얼굴을 지금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넘 둥글게 생겼다. 전혀 다정다감하지 않은데 열라 다정다감해보인다. 젠장...
암튼, 사설이 길어졌지만 아이키우는데 엄마로서 전혀 좋은자질이 없다는 걸 애저녁에 깨달았기 때문에 부모가 되는것이 두려웠었다.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지금도 그 의문에 답은 모르겠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은 하늘만큼땅만큼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이지만 나라는 인간이 좋은 인간이 되어야 하는데 매일매일 좌절을 하기도 하고 매일매일 조금씩 배워나가기는 하지만 가끔 울 미셀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었으면 할 때가 아주 많다.

2 comments:

Anonymous said...

아주 애기때보다 더 좋은엄마가 되어야 할 시기인거 같아요. 근데 아주 애기때보다 아이에 대해 좀 덜 신경쓰게 되는거 같은 느낌이랄까. 육아책도 예전처럼 안읽구 말이죠.
미셀과 경출이, 멋진 아이들로 성장하도록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을 같이 논의하자구요. 그런면에서 이런글 원츄임다~

The joy of travel said...

18개월 지나니까 또 많이 달라지네요. 엄마 인격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거 같아서 걱정.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