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29, 2008

[29_DEC_2008] Jenny's diary

2008년. 이제 이틀남았구나. 올해는 정말 무지 정신없는 한해였다.
작년 후반부에 아기 낳고 연초에 출산휴가 끝내고 엘지로 복귀하고 그 후에도 생전 첨해보는 육아와 회사출근을 함께 하느라 잠은 거의 포기하고 내정신이 제정신인지 아닌지 헷갈려 하면서 밤낮으로 허덕허덕 거렸던 연초. 그리고 급하게 결정한 덴마크행. 정말 정신없이 이사하고 도착한 담날부터 신랑은 출근했고 그와중에 집구하랴 직장구하랴 애기보랴 어찌어찌하여 집 구하고 직장구하고 한국서 짐 도착하고 여름에 출근 시작하고 그렇게 반년을 후딱 보내고 나머지 반년은 새직장 적응하고 육아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헷갈려하믄서 열심히 애기 키우고 또 그렇게 후딱 보냈다.
덴마크행을 결심하게 되었을때 사실 우리의 고민은 말을 할 곳은 없었지만 무지하게 심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나름 만족스러웠고 운좋게도 좋은 육아도우미도 계셨고 가족들도 있고...
하지만 우리를 덴마크행으로 결정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었다.
30대 중반에 이르게 되면서 과연 한국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매년 더 심해졌기 때문에.. 그 불안감의 원인중에 하나는 우리가 일류 대학 출신도 그렇다고 알아주는 영,미권 유학파도 아니었기에 30대 중반까지는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마흔이 되었을때 일반 기업에서 학벌에서 밀리는 우리가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아이를 출산 한 이후로 수면위로 떠올랐다.(학벌이 다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나이들수록 학벌이 중요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아니라 하신다면, 아마 아주 긍정적인 분이거나 혹은 아주 순진한 분이거나ㅎㅎ) 한국의 기업 구조가 전에는 대기업, 내실있는 중소기업, 그리고 그외..이런 순이었지만 2000년 중반을 지나면서 대기업, 하청기업 으로 양분되고 더이상 대기업이 아니면 회사원으로서 살기 넉넉치 못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마흔이후에도 한국에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경제적으로 안전한 울타리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눈앞에 바짝 다가와 있었다. 거기다 이미 회사내에서는 리더급(책임,차장)으로 올라서야 하는 나이가 되어 있었고 경쟁은 치열해졌고 그렇다고 그 경쟁에 목숨 바칠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도 시간도 넉넉치가 않았었고 그때 마침 신랑에게 기회가 왔고 그리고 어디든 마찬가지이지만 어느 사회든 다시 자리를 잡자면 3년은 잡아야 하는 것이니 지금 가지 않으면 우리 나이로 40이 되어서는 너무 늦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결국 우리가 가진 스펙 내에서 아이들에게 경제적인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안전성이 높은 곳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것이 우리가 덴마크를 선택한 이유이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스펙을 가지고 엘리트로서 한국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 아마 우리는 한국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한국이 나쁘거나 했던것은 아니니까. 혹은 공무원이거나 공기업에서 일했더라도..ㅎㅎㅎ 물론 요즘 글로벌 시대에 아이들 학교도 여건되면 가능하면 외국으로 보내고 싶어하고 직장도 (한국은 아직 아니지만 곧 그렇게 될 거다. 유럽은 완전 여기저기로 몇년씩 나가는 것이 일반화 되어가는 듯하다) 글로벌 기업이 많아지면서 어디를 들어가든 다른 나라에 가서 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니 딱히 뭐 나가는 것 자체가 이슈는 아니지만 우리가 선택한 결정에 대해 누구에게도 깊이 설명한 일이 없었지만, 누군가 혹은 나자신에게 언젠가 한번은 설명을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서 기억이 퇴색되기전에 일기로 써본다. 한국 사회가 학벌 사회라 문제다 이걸 절대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학벌이 프리미엄이 되는 건 사실 어디나 마찬가지니까. 유럽도 좋은 학벌은 여러가지로 도움이 된다. 그저 중산층이 될 조건에 좋은 학벌이 아니어도 좀더 기회가 있다는 열린 가능성을 보고 얘기하는 것일뿐...그냥 이름없는 일반 대학보다는 캠브리지나 옥스퍼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은 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 능력되어 갈수만 있다면 평생에 도움이 되어주지 않는가..ㅎㅎ

4 comments:

Kyung said...

맞아요.. 우리도 같은 고민을 했고 결국 신랑이 회사 때려치고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됐어요.. 요즘같은 금융위기에는 더욱 미래 계획이 힘들다는..

덴마크 잘 가신 거 같아요. 아기 키우기도 좋고, 정민샘이 쵸큼 외롭겠지만... 멋진 남편이랑 완소 미셀이 있고, 제멋대로 웃긴 랭귀지 스쿨 친구들도 있잖아요 ㅋㅋ

애 낳고 회사다니고.. 완전 초보 직장맘의 좌충우돌 일상기가 공감 백만배되네요. 2009년은 좀 제정신으로 살수 있을까요? ㅋㅋ

The joy of travel said...

2009년은 정말 제정신으로 ㅎㅎㅎㅎ 경출네는 가장 이상적인 결론을 만든 것 같아요. 조금만 있으면 의사 아빠~ 짱이죠.ㅎ 또 추카..ㅎㅎ

Anonymous said...

제 아이프도 한국을 뜨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요...
얼마전엔 호주 기술이민도 알아보더라구요...주위에 호주/일본/미국 에서 사는 놈들이 있어서 바람이 들었는지..쩝..
바램으론..그냥 한국에서 살고 싶은데...한국이 좀 더 살기 좋아졌음 하는데, 그런날이올지...
여튼 와이프 등살에 못이겨 이래저래 알아만 보고 있습니다...;;;
이상 푸념이였습니다..ㅎㅎ

Anonymous said...

저는 이제사 고민시작~
근데 철부지 신랑은 아무 생각이 없네요..
정민샘도 박경샘도 다 부러워요~~
옆에 있음 딱 좋겠고만......